imdb 별점 : ★★★★
영화를 보고 난 뒤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.
이미 좋았다처럼 단순히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.
이 영화를 보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, 이 영화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.
영화 보고 나서 바로 잊어버리는 게 아쉽기도 하고.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기록하려고 노력해야지
<500일의 썸머>를 보았다.
이제야 이 영화를 봤다.
별 생각 없이 여러 영화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와서 보게 되었다.
나는 영화를 고를 때 갑자기 빠질 때가 있으면 그걸 바로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.
끌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보기 싫고 예전에는 끌렸지만 바로 보지 않으면 나중에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.
끌리는 영화는 주로 내 주변에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예전에 우연히 본 영화 속 장면들이 인상 깊거나 스토리나 포스터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경우다.
진짜 왠지 끌리는 영화가 있어. 가끔은 영화감독이나 배우에 미쳐 이들의 필모그래피를 도장 깨기도 한다.
<500일의 썸머>는 예전부터 쭉 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정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게 된 영화다.
워낙 유명한 영화라 스토리도 대충 알고 몇몇 장면도 이미 봤다.
그래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버퍼링 걸리는 상황에서도 영화에 몰두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.
뭘 좋아했는지 일단 음악을 좋아했어 영화 중간중간에 음악이 나올 때마다 멜로디를 의식했다.
황홀할 정도로 좋은 건 아니지만 한 곡도 빼놓지 않고 듣는 재미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.
그리고 영화의 전개 방식도 좋았다.
시간을 넘나들며 장면이 흘러나오지만 인물에 대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공감대가 형성됐다.
화면이분할될때도분주하게,바로여러상황을비교하면서볼수있기때문에더잘이해할수있었다.
또 옛날 영화가 중간중간 삽입된 것도 좋았다.
난 이렇게 영화 속에 또 다른 작품들이 들어 있는 걸 보니까 너무 좋아 지수함수처럼 작품의 의미가 제곱으로 늘어나는 느낌이다.
특히 영화 <졸업>을 이미 본 상태라 남녀 주인공의 반응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.
<졸업>자체는 나에게 그다지 좋았던 영화는 아닌데 이렇게 다른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.
인상 깊은 장면도 많다.
벤치에 앉아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건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, 그리고 썸머의 팔에 펜으로 건물을 그리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.
또 사랑에 빠져 행복한 마음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춤까지 추며 출근하는 톰의 모습, 너무 유명한 장면이어서 본 적이 있는데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.
썸머 때문에 행복해 하는 톰의 모습을 보는데 내 기분이 왜 이렇게 좋은지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.
마지막 엔딩씬도 좋았어 아톰이라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 또 다른 우연을 새로운 운명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은 정말 이 영화에 완벽한 엔딩이라고 생각했다.
엔딩 크레디트 음악이 좋아서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화면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.
평범하다고 할 만한 연애이야기를 이렇게 매력적인 장면에서 연출한 걸 보면 이 영화가 괜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.
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.
우선 영화 <봄날은 간다>가 머릿속에 맴돌았다.
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 공통점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이야기 전개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.
영화를 많이 보고,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, 이렇게 하나를 보고도 생각나는 것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.
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.
늘 느끼지만 이동진 평론가는 이미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 부러웠다.
이 좋은 영화 벌써 보셨구나,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, 이렇게 생각했어 또 영화 속에 이케아가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오늘도 다녀온 이케라도 좋고 이렇게 좋은 작품 속에 특정 브랜드가 집중적으로 등장하면 어떤 광고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.
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.
역시 나는 투 머치 토커다.
금세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글이니 빠뜨린 내용도 많을 것이다.
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에 대한 느낌과 기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.
하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은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해.
좋은 영화 한 편 보면 그날 하루를 정말 즐겁게 보낸 것 같아. 그러면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많이 보고 싶고, 내가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.
이렇게 영화가 내 인생을 의미 있게 해준다.